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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준

양석준 자문과 함께 하는 6차산업 자문단 칼럼

소속 내용이 포함되있는 표
소속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관리회계를 모르는데 어떻게 제품 마케팅을 해?”

작성자
양석준
작성일
2014-10-28
조회수
1966

필자가 롯데마트에 농산 바이어를 처음 맡게 되어 마케팅을 해보겠다고 노력할 때였다. 나름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 갔더니, 상사 한분이 야단치면서 하셨던 이야기다. 그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그래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왜 회계가 필요해?’라고 속으로 투덜대면서 끝까지 들어보시라고 하며 열심히 전략을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을 다 듣고 난 그 과장님은 “이거 다 공부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자”라고 하면서 유통회계라는 책을 하나 주셨다.

 

필자는 대학을 농대를 나와서 경영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해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래서 경영학 석사이긴 했지만 회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아무튼 과장님 지시로 3달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며 유통회계를 공부하게 되었다. 공부한지 두 달 쯤 지났을 때, 결국 내가 얼마나 멍청한 전략을 짰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필자도 15년간 마케팅 컨설팅을 하면서, 마케팅 컨설팅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재무제표와 회계장부를 요구하게 되었다.

 

문제는 농업 마케팅 컨설팅을 할 때 였다. 마케팅 컨설팅을 요구하는 분들께 회계장부를 요구했다. 돌아오는 결과는 ‘제가 요구한 것은 마케팅 자문인데요?’ 하는 의심의 눈초리 뿐이었다. 도대체 왜 마케팅에 회계가 필요할까?

 

마케팅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잘 안팔리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것’이다. 판매가 잘 안되면, 대책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돈이 벌리는 것 같으면서도 뒤로 손해가 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손해나는 일이 농업에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필자가 컨설팅 했던 한 농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그 농가는 한 작물을 50대 50의 비율로 토경과 양액재배를 했다. 토경재배를 한 작물이나 양액재배를 한 작물이 둘 다 판매 가격은 비슷하다. 양액재배가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많지만 비용도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고, 토경재배는 그 반대였다. 그래서 그 분은 두 종류의 재배법이 비슷하게 수익이 나는 줄 아셨다고 한다. 하지만 한 컨설턴트의 권유로 1년간 관리회계를 위한 회계 장부를 써서 나중에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보았다. 그러자 양액재배가 토경재배에 비해서 7배나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놀란 그분은 이후 전체 농장을 수경재배로 바꾸였고, 순소득은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렇게 상품별로 실제 이익이 얼마나는지 알아볼 수 있는 회계방법을 ‘관리회계’라고 한다.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이익나는 상품에 집중해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농가들이 ‘관리회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관리회계를 활용하고 있는 일반 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햄버거 가게들은 무엇으로 이익을 낼까? 각 상품별 원가와 이익을 분석한 결과 햄버거가 아닌 음료수라는 것을 발견했다. 세계적 햄버거 가게인 맥도널드의 판매원은 고객이 햄버거를 주문하면 3초 이내에 “콜라도 드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면 콜라를 주문할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 5초가 지나서 이 말을 하면 콜라를 주문할 확률은 50%가 떨어진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마케팅을 음료에 집중하는 것이다. 던킨도너츠의 주요한 이익원은 무엇일까? 도너츠가 아닌 커피다. 그래서 <그림 1> 과 마찬가지로 간판에 도너츠가 아닌 커피가 그려져 있다. 종합 병원은 핵심 수익원이 일반 환자의 진료나 수술 등이 아니라, 장례식장과 건강검진이다. 이렇듯 분석을 하다보면 실제 이익이 나는 상품이나 활동이 보통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정말 수익나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회계 장부 분석을 통해 어떤 활동, 어떤 상품이 정말 이익이 되었는지를 한번 분석해 보았으면 한다. 회계에 대해서 필자도 처음에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관리회계는 생각보다 쉽다. 그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회계에 도전해보아 기초를 튼튼히 하고 마케팅을 시작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향한 마케팅의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