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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김재호 자문과 함께 하는 6차산업 자문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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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한국식품연구원

전통주의 역사 및 활성화 제안

작성자
김재호
작성일
2014-10-28
조회수
4529

5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에게는 어떤 술이 있을까. 세계의 명주들은 그 지방의 특성에 따라 발전 계승되어 왔다. 포도가 잘되는 유럽이 포도주를 낳고, 건조한 멕시코에서는 선인장 술인 데킬라가 생긴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누룩을 사용한 독특한 술이 있다.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술은 크게 나누어 탁주, 약주, 소주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전통을 가진 술은 역시 약주로서 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등 문헌에 의하면 2천여 종 이상의 품목이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존재하였으나 1907년 조선통감부의 주세령 공포 이후 1916년경에는 약주·탁주·소주·일본청주로 주종을 단순화 하고, 업체별 최저생산량을 제한하는가하면 1917년에는 자가 양조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대부분의 전통주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오랜 침묵기를 거쳐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산업육성 및 전통문화의 계승보전이란 관점에서 ‘관광토속주’와 ‘민속주 기능보유자’가 지정되고, 이들이 비교적 편리하도록 주류제조면허를 허가하면서 전통주 부활의 싹을 틔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고급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990년에는 식량부족으로 지난 25년간(1965년 양곡관리법) 금지해 오던 쌀 막걸리 생산을 재개하고, 1993년부터는 주류분야 전통 식품 명인이나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주류를 제조할 경우 농림부장관이 추천하여 비교적 쉽게 제조를 허가하는 ‘민속주 및 농민주 추천제도’가 도입되면서 그동안 금기 시 되어왔던 진입장벽을 상당히 완화하였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의 우리술 경쟁력 강화 방안, 전통주 등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비로써 우리술이 산업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 어느 곳에나 술이 있었다. 사람이 모이며 술을 빚었고 술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싹텄다. 와인, 위스키, 꼬냑, 마오타이, 데킬라 등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주들은 성공적인 문화권의 생산물인 것이다. 오랜 역사와 독창적인 문화를 가진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주이 있었다. 그것은 지리적 문화적 원근에 따라 서구의 술과는 크게 다르고 중국과 일본의 술과는 비교적 유사한 점이 많다. 서양의 술과 동아시아 3국의 술을 다르게 하는 것은 누룩이다. 서양의 과실주는 물론이고 서양의 맥주나 위스키 같은 곡주도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엿기름으로 술을 빚는다. 누룩은 밀이나 쌀 같은 곡식을 물로 반죽해서 곰팡이가 피어나도록 발효시킨 것이다. 우리의 전통주도 곰팡이를 이용하여 빚는 누룩 술이다. 그렇다면 같은 누룩으로 술을 빚는 동양 3국 술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 술은 쌀 누룩(입국)을 사용한 술이며 중국과 우리는 밀 누룩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원료는 중국이 찹쌀을 주로 쓰고 일본이 쌀만을 사용해 술을 빚는데 비해 우리는 쌀과 찹쌀, 잡곡들을 다양하게 함께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주는 지금까지 제조법이 전하는 것만도 약 300여 가지에 이른다.

 

2. 전통주의 분류와 종류

 

미작문화권인 우리나라의 술은 거의 전부가 쌀을 사용한 술로서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술밑을 맑게 여과한 것을 약주라 하고 술밑을 증류한 것을 소주, 술밑을 걸러 그대로 음용한 것을 탁주라 한다. 갑작스런 인구증가로 식량이 부족했던 조선시대의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에는 금주령이 시행되었는데 다만 질병을 치유하는 데 사용하는 약용주는 예의로 허용했으므로 술을 만들어 마시기 위한 편법으로 청주를 약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이제까지 전통청주 또는 모든 술을 약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주세법에서는 일본식 청주를 "청주" 전통청주를 "약주"라고 분류하고 있다. 우리 전통주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들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이나 경영 능력이 취약한 농업인이나 고령기능보유자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현대적 시설을 갖춘 대규모 주류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역특산주의 경우 자기가 생산하거나 인근 시군구의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농가를 보호하는 의미가 강하고, 주류 분야 기능보유자나 전통식품명인에 의한 민속주는 제조방법의 계승발전에, 그리고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한 제주도의 술이나 건설교통부의 관광토속주는 지역특산주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1) 술의 기원

 

술은 유(酉 : 닭, 서쪽, 익을)자 이다. 유(酉)자는 밑이 뾰죽한 항아리(술의 침전물을 모으기 편리하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반면 ‘술’의 고유한 우리말은 ‘수블/수불’이었다. 수블<수울<수을<술로 변천하였을 것이다.

 

옛 사람에게는 물이 난데없이 부글부글 끓는 것이 신기하여 물에 불이 붙는다는 뜻으로 옛사람에게는 ‘수불’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옛날에 물은 신이, 술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술의 기원은 신화로만 전해진다. 서양의 경우 이집트에서는 천지의 신 이시스의 남편인 오시리스가 곡물 신에게 맥주 만드는 것을 가르쳤다고 하고, 그리스 신화는 디오니소스, 로마는 바커스를 술의 시조로 말하고 있으며 구약성서에서는 노아가 최초로 술을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반면, 동양의 경우 중국에서는 황제의 딸 의적이 처음으로 빚었다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술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우리 문헌에 나타나는 술 이야기는 제왕운기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하백의 딸 유화가 해모수의 꾀에 속아 술에 만취된 후 해모수의 아이를 잉태하였는데 그가 주몽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비록 우리 문헌에 술에 관한 기록이 드물지라도 술이 단순히 중국에서 전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미 고조선시기 이전부터 동아시아 대륙에 번성했던 우리 민족은 발효문화를 장기로 하였으므로 술의 역사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이라기보다 화북과 산동지역의 동이족 술 문화가 중국과 한반도에 동시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2) 고구려의 제민요술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무천, 영고, 동맹 등 제천행사에서 ‘주야음주가무’하였다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는 실로 발효의 나라라 할 만큼 훌륭한 술과 앞선 장 담그기 기술이 발달했다. 이때에 이미 술누룩 주국과 곡아로 술을 빚는 방법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AD430년경 북위의 산동태수 가사협이 지은 "제민요술"이라는 책은 고구려의 주조 기술을 규명하는데 실로 중요한 자료이다. 산동 반도가 역사 이래 우리 민족의 직·간접적인 영향 하에 있었던 문화지역인데다 북위와 고구려의 민족적 지리적 정치적 인접성으로 고구려의 술빚기가 거의 제민요술에 고스란히 살아 전하고 있다. 이러한 고구려의 주조기술은 중국으로 건너가 곡아주라는 명주를 잉태하고 고구려의 양조기술을 이어받은 낙랑주법이 신라사회에 뿌리를 내려 신라주가 당대에 애용되었다.

 

3) 백제의 술

 

지금도 일본에서는 주신으로 모시는 백제사람 수수보리가 일본에 누룩과 술을 빚는 법을 전함으로써 비로소 일본에 술다운 술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고사기의 중권(응심천황조)을 살펴보면 베 짜는 기술자인 궁월군의 증손인 수수보리가 일본에 가서 응신천황에게 술을 빚어 바쳤더니 왕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양조기술자인 수수보리는 이름의 뜻이 ‘술 거르는 이’로 이때에 이미 백제에서는 발전된 양조법으로 술이 빚어진 것이다. 백제의 술은 자세한 기록으로 전하는 것이 없어 말하기 어려우나 일본에 남아있는 기록과 술 빚기 기술로 보아 고구려의 술 빚기에 그리 못하지 않은 것이었을 것이다.

 

4) 신라와 통일신라의 술

 

당대의 신인들이 칭송하던 신라주의 명성은 아마도 고구려로부터 전해진 듯하다. 삼국 중 비교적 늦은 시기에 국가의 체계를 형성한 신라는 술 빚기에서도 처음에는 가장 낙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화와 함께 고구려로부터 전해진 술 빚기 기술은 국력과 함께 날로 발전하여 당대시인 이상은의 시조 "한잔 신라주의 기운이 새벽바람에 스러질까 두렵구나" 하는 정도로 성장하였고 해동역사에 나오는 고려주가 바로 신라주라 하였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태종 무열왕은 식량으로 하루에 쌀 3말, 꿩 10마리가 소요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면 양조곡주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상류사회에서는 청주류의 음용이 성행하게 되었다.

 

5) 고려시대

 

고려시대가 되면 전래의 곡주류 양조법은 이미 완성되어 고려전기 중에 청주류, 중양주류, 탁주류, 재주류, 감주류 등의 양조기술과 종류가 심화되었다. 고려시대에도 송나라와 빈번한 교류가 있었고 사원에서는 여권업을 겸하여 술을 빚어 팔기도 하였다. 한편 궁중이 양온서(궁중에서 술을 빚던 관청, 후에 장예서, 사온서로 명칭이 바뀜)에서도 국가의 의식 술을 빚었다.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에 의하면 "고려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그러나 섬니들은 양온서에서 빚는 그러한 좋은 술을 얻기가 어려워 맛이 박하고 빛깔이 짙은 것을 마신다."고 고려의 술이 묘사되어 있다. 양온서에서 빚는 술은 법도대로 빚는다고 하여 법주라고 하였는데 요즘의 법주와는 전혀 다른 술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종묘제사에 관용으로 쓰는 주양주였을 것이다. 또 고려시대에 비로소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의하면 소주는 원나라 때 아라비아에서 원→만주→고려의 순으로 전해진 듯하다. 소주가 유입된 시기는 대체로 고려 충렬왕(1277년)3년이며 소주 음용기원 시기는 충숙왕에서 충혜왕(1314-1345)사이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고려시대는 우리나라 술의 3대 분류인 탁주, 약주, 소주의 기본형태가 완성된 시대이다.

 

조선시대 술빚기의 특징은 중앙주류가 발달하고 양조 원료도 멥쌀 일색에서 찹쌀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과 부본 즉 술밑을 사용하여 효모를 증식시키는 기법이 발전하였다는 점 등이다. 조선시대에 유명했던 술은 무려 300여 가지에 이르나 그 중에서도 백하주, 삼해주, 이화주, 청감주, 부의주, 향온주와 약산춘, 호산춘, 노산춘 등의 춘주류들을 손꼽을 수 있다. 소주도 날로 소비가 늘어 다산 정약용이 전국의 소주고리를 거두어 들여 식량난을 예방하자고 상소하기도 할 정도였고 유명한 소주로 감홍로, 죽력고, 이강고 등이 있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합주류와 과하주류가 출현하여 탁주, 약주, 소주에 혼양주가 덧붙여지게 되었다.

 

7) 일제하의 술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며 가장 먼저 행하였던 일이 토지조사, 주류조사였다. 식민지 수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1907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일곱 집에 한 집 꼴로 술을 빚어 마셨다고 하며 우리에게는 조선왕조의 금주정책으로 술에 대한 과세나 전매제도가 없었고 따라서 술의 공업적 양조보다는 집에서 빚어 마시는 가양주 문화가 그 특징이었다. 그러나 1907년 일제에 의해 조선 주세령이 발표되고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고 대신 면허를 주어 주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찬란했던 가양주 문화는 단절되고 친일적인 부유한 지주에게 부여된 양조면허를 받은 양조장에서 공업적인 술빚기가 시작되었다. 이에 양조에 필수적인 누룩 제조도 기업화되어 조선곡자조합이 생기게 되어 식민지 조선에서 손꼽히는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 시기의 특징은 정종, 맥주, 양주 등 외래주를 음용하고 우리 전통주는 일반서민들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했다.

 

8) 해방 후의 술

 

해방의 감격에도 불구하고 오랜 수탈에 이어진 6.25전란으로 인한 경제적 곤궁과 해방 후 청산되지 못한 일본식 제도의 잔재에 의해 우리 전통주는 오히려 일제 하 보다도 더욱 더 피폐해졌다. 탁주가 1975년을 정점으로 한때 양적 팽창을 보았고, 희석식 소주가 큰 시장을 유지하는 등 외형적인 모습은 왜곡된 채로나마 발전하였다 하더라도 일제하와 해방 후 현재까지 계속된 정부의 보이지 않은 소외정책으로 우리의 진정한 전통주는 거의 명맥이 끊어져버렸다. 다행히 1980년대 이후부터 불합리한 규제와 제약이 조금씩 해소되어 잊혀진 전통주 50여종이 재현되었으나 대부분 영세하고 전문 양조기술의 부재와 영업력 부재로 우리의 찬란했던 전통가양주 문화가 복원되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었다. 뒤늦게 1995년부터 술을 개인이 빚어 마시는 것이 허용되어 90년간 가양주문화 단절을 극복하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4. 전통주의 실태

 

주세법에서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외에 탁?약주를 포함하여 ‘특정주류’로 분류,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이들 산업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이 낙후하고 판로확보도 어려워 이들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조면허에 필요한 시설요건을 완화해주고, 특정주류도매업허가를 하는가하면 일반주류와는 달리 제조자가 소매업자나 가계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상의 특혜를 주고 있다. 특히 1998년 규제개혁을 통해 주정 및 탁주에 대한 신규제조면허를 허용하고, 탁주 공급구역 제한을 철폐하였으며, 공정별 시설의 최저 용량 대신에 최소 제조장 면적 기준만 설정하는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주류 제조업 참여의 진입장벽을 크게 완화하였다. 민속주 및 지역특산주의 출고량을 보면 민속주의 경우 줄어드는데 비해 지역특산주는 늘어나고 있다. 주종 별로는 민속주가 약주와 증류식 소주, 리큐르주를 중심으로 발전하는데 비해 지역특산주는 과실주와 리큐르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특산주에 비해 민속주의 출고량이 감소하는 것 대부분의 민속주 업체가 노령화된 기능보유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에 의해 제조방법이나 원료사용 등에 있어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5. 전통주 업체의 문제점

 

지역특산주와 민속주 업체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적으로는 성공하였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우리 전통주 업체의 대부분이 자본이나 시설규모가 영세하고, 기술수준이나 경영능력이 취약한 농민 또는 소규모 생산자로써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이나 시장개척 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상당수가 계절 별로 생산되는데다 품질이나 생산량의 기복이 심해 종합주류도매상 등 기존의 주류 유통망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명절 선물용으로 대부분 연고판매를 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주류는 허가요건으로 국산원료를 사용하거나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고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수입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주류를 생산할 수 있는 여타의 일반 주류 제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주세는 주종 별로 대기업과 다름없이 납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대안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어려울 것이다.

 

6. 전통주 관련 연구 현황

 

국외의 주류관련 연구는 이미 완숙단계를 지나있는 상황이지만 앞에서 간략히 언급한 것처럼 우리 전통주의 경우는 일제시대부터 80여 년간 자유로운 제조가 허가되지 않은데다 전통주 연구의 필요성 부족으로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가 매우 빈약한 상태다.

 

이로 인해 전통주의 역사적 고증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고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연구가 얼마 전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많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여야만 기존 주류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 기술상태의 취약성은 국내 각 대학 및 연구소에서 약, 탁주에 관련한 발효미생물, 주류의 발효공정개발 등 각종 연구보고는 많으나 이들은 대부분 일본 술 제조에 이용되는 효모에 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고 누룩의 미생물에 대한 분포, 소장에 관한 연구는 단편적, 국부적으로 진행되어 응용적 가치가 적은 현실이어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전통주에 대한 축적 자료가 매우 빈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통 주류의 품질 및 제조공정 개선을 위한 제조 방법의 현대적 해석, 다양한 주류 제조기법의 분석 재현을 통한 제조공정의 특징 실증 및 공정 확립 연구에 의해 기호성의 개선, 적정 증류방법 설정, 숙성방법의 개발, 품질의 균일화, 포장디자인 개선, 장기보존방법의 개발 등 품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주에 대한 꾸준한 연구개발은 전통의 맛과 향을 강화한 고품질의 전통주 생산이 가능해 질 것이며 이는 수입주류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수출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통주의 주질 관리 및 주조 방법의 체계적 방식의 정립이 필요하여 전통주의 실험 및 연구기관이 필요한 실정이다.

 

7. 전통주 산업의 발전방향

 

우리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맛과 향 등 품질을 개선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술의 중요성이나 제조 및 구입방법 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전통주의 장점인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과 ‘우리 것으로 유명하고, 국산원료를 사용하여 안전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술을 고급 건강문화상품으로 차별화하고, 국산 생약재 등과 결합하여 건강기능성 약주로써 우리 술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로 발전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전통주 업체는 지극히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전통주의 대중화나 산업발전을 위한 자체적인 연구개발이나 홍보 및 판촉의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산업으로써 일정한 괘도에 오르기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때 지원 대상 분야는 주류정책과 연계 속에서 국산농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거나 국민건강보호, 그리고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같은 공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며 지원방법도 생산자협회 등 사업자조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전통주의 맛과 향 등 품질을 개선하되 특히 젊은 층과 서민들의 기호에 맞으면서도 건강기능성을 가미한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포장 및 디자인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영세한 우리 전통주 업체들이 개인적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의 연구기관 등에서 그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전통적으로 전해오던 주류제조기법을 개량하고, 양조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향후 그런 의사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조와 발효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경영, 마케팅 등에 대한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교육, 훈련시키는 일이 맛과 품질을 향상해서 우리 술을 대중화하는데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둘째, 우리 전통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품질관리와 차별적 유통을 위한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위, 명주들은 모두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원료 농산물을 나름대로 그 지역에 전해 오는 제조방법으로 가공하고, 이를 상표에 표시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데 프랑스 와인에 대한 지리적 명칭 표시 보호제도(AOC)와 일본 청주 원산지 호칭제도(SOC)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특정한 민속주나 지역특산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관련업체에서 원료나 제조방법, 생산지역 등 품질기준과 표기방법을 제도화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림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리 전통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판매촉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우리 술 생산업체들이 규모가 영세하여 연구개발이나 홍보, 판매촉진의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술의 우수성이나 유래, 원료나 제조방법, 구입방법, 음주예절 등에 대한 공익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며 시음회나 품평회, 우리 술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우리 전통주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우리 전통주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특산주 및 민속주 업체의 경쟁력제고와 경영안정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즉 이들 중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시설현대화와 기술개발, 포장 및 디자인개선, 원료구입, 홍보 및 판매촉진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하고 포장재에 대한 주세 감면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이를 확대하여 주세 차등화 등 조세감면과 경영컨설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소비자가 우리 술을 다양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가 양조 맥주(하우스 맥주)와 같이 소규모 주류 제조장의 영업장내에서 판매업을 할 수 있도록 양조주점 사업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우리 술에 대한 인식제고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양주 문화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도시지역의 경우 한집 건너 하나씩 술집이 늘어있어 저급 향락문화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좋은 우리 술을 빚어 지인을 청해 사랑채에서 전통음식과 함께 접대하는 새로운 음주문화를 확산하는 것은 과음으로 인한 국민건강문제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의 정부 기관 중 전통주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곳은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연구팀,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등이 있다. 이들 기관 또한 소수의 인원만이 전통주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 술 제조업체의 영세성을 볼 때 자체적인 연구개발의 여력이 없는 만큼 정부에서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우리 술의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연구조직을 활성화하여 주종별 품질개선과 새로운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포장 및 디자인 개선, 교육 및 훈련, 나아가서는 선진국의 주류관련 제도 등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제공과 주류업체의 경영실태 파악, 관련 통계자료의 수집 및 제공 등 우리 술 산업 육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우수한 우리 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위스키, 브랜디와 경쟁 할 수 있는 증류식소주의 개발과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숙성방식 견줄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술독을 이용한 숙성기술을 개발하고, 증류식 소주를 기본 술로 하여 각종 천연소재(식물성 약재)를 첨가한 리큐르의 개발을 통해 국내 양주 소비층을 흡수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각 국의 고도주와 경쟁 할 수 있는 기반의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역특산주 및 민속주는 국산 농산물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든 우리 체질에 맞는 술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 입맛에 맞는 좋은 우리 술의 소비’를 통한 국민건강 유지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국산 원료농산물의 소비촉진과 농가의 소득증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내 주류산업의 발전으로 고용창출은 물론 수입주류의 대체와 수출증대를 통한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특히 새로운 사업을 통한 고용기회의 창출은 물론 다양한 1·2·3차 산업의 결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약주와 과실주 등 다양한 저도주의 생산과 이를 바탕으로 가양주 문화를 재건함으로써 국민건강과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을마다, 집집마다 지역특산주나 가양주 형태로 수많은 술들이 있었다. 그러나 주류의 규격화와 규모화를 위한 업체의 통·폐합, 주류원료로 양곡사용 금지, 약 40여 년간 신규제조면허 불허 등 과도한 진입규제와 주세율 차등화 등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왜곡으로 전통 주류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따라서 세계적인 술 소비 국가이면서 고유의 식문화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국내시장마저 수입주류와 외국산 원료를 이용한 대중주에 넘겨주고 마침내 국내농업과의 관계도 단절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술의 발전은 먼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주류의 역할이나 비중을 고려할 때 주류부문도 산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농업 및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우리 술의 생산 및 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방식의 주류관리정책의 도입이 선행되지 않고 주류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정비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새로운 가양주 문화를 도입하고 지나친 음주로부터 국민건강 및 청소년을 보호하는 한편,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의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국내 농업이나 전통 식문화와의 관련성이란 점에서 우리 술이 가진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 참고문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통식품산업 활성화 전략 수립, 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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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통주 국내외 산업현황 및 세계화 가능성 조사, 2009. 4.

배영호, 양조장 주인이 들려주는 전통주 이야기, 2006. 12.

이동필, 전통 우리술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과제,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심포지움, 2006. 3.

농림부 (식품산업과), 전통주 산업 육성 추진대책, 2006. 1.

농림부 (식품산업과), 전통주 산업 발전 육성대책, 2006. 9.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리 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2004. 12.

농림부 연구보고서, 지역특산주 및 민속주 산업 발전 방안과 개발 모델, 200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