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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태

정석태 자문과 함께 하는 6차산업 자문단 칼럼

소속 내용이 포함되있는 표
소속 국립농업과학원

막걸리가 전통주가 아니라니!

작성자
정석태
작성일
2014-10-28
조회수
1733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주라고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전통주라고 분류되는 막걸리는 대단히 한정적이다.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법적으로 전통주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즉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전통주와 법적으로 전통주 지위를 부여받은 술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통주라 함은 아래 제시한 세 가지 범주에 들어가는 술을 말한다. 


첫째, 주류 부문의 중요무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둘째, 주류부문의 전통식품명인이 제조한 술셋째,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관할 시·군·구 및 그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제조면허 추천을 받아 제조한 지역특산주가 그 범위에 속한다.

일반 주류업체에서 만든 막걸리는 대부분 이러한 세 가지 범주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전통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막걸리가 우리술이 아닌 일본이나 중국의 술인가? 분명 막걸리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왔고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당연히 전통주로서의 지위를 가져야 되고 일반 대중들은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일반인들의 생각과 법적이 지위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통주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술이나 전통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그리고 사용하는 원료를 주류업체의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한 술이라는 규정으로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다. 이렇게 전통주 범위를 한정한 것은 무형문화재나 전통식품명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우리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게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 방식은 전통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의미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통상적인 개념을 충분히 녹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반 주류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막걸리는 전통주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이다.

 

특히 전통주 범위에 있어서 세 번째 조항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자는 취지는 매우 좋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한 맹점이 있다. 세 번째 조항에서 사용원료에 대하여 너무 강조하다보니 전통에 대한 개념이 들어가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산되는 블루베리나 아로니아, 블랙베리 등으로 만든 대부분의 과일주나 주정을 희석하여 만든 전통적인 요소가 없이 만들어진 기타주류도 모두 전통주의 지위를 받게 된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과일로 만든 술 들이나 전통적인 요소가 없는 술을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전통주다.

 

사용원료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주의 지위 부여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사용원료나 전통기술이 녹아있는 주류에 대해서는 전통주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러한 전통주 중에서 특히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하여 지원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전통적인 요소가 없는 주류들이 전통주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걸리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말 국어 대사전에서 전통이라 함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시대’ 즉 옛날에도 있었고 ‘전하여 내려오는’ 다시 말해 지금도 대중에게 살아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는 흔히 전통방식과 옛날방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일반 업체에서 제조하는 막걸리가 전통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마셔오던 술이며 그 제조방법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근간은 우리 발효기술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김치가 개량된 품종의 배추를 사용하고 외래로부터 도입된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해서 전통식품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다.

 

문화란 어떤 한 집단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문화와 결합함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문화로 탄생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 비로소 전통문화가 되는 것이다. 막걸리도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많은 기술이 도입되었고 발전을 하면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으며 우리 대중에게 익숙한 술이 되어있다. 누가 만들든 막걸리는 우리술이고 당연히 대한민국의 전통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