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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준

양석준 자문과 함께 하는 6차산업 자문단 칼럼

소속 내용이 포함되있는 표
소속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가격 결정 핵심 요인의 환상과 진실: 가격은 품질이 아닌 용도의 함수

작성자
양석준
작성일
2015-09-28
조회수
852

가격 결정 핵심 요인의 환상과 진실: 가격은 품질이 아닌 용도의 함수

 

“딸기 한 개에 7천원 받는 방법을 제시해 보세요. 딸기를 갈거나 자르지 말고 가능한 원형을 유지한 딸기를 파는 방법입니다.”

 

학교나 농업 분야 강의시 제가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강의를 듣고 계신 분들께서는 참 재미있는 답변들을 해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서 농민, 농업 전문가들과 도시의 대학생은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하곤 합니다. 농민이나 농업전문가의 경우 “주스를 만들어 팝니다” 등의 답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7천원 이상하는 딸기 주스는 ‘딸기 주스’의 가격이 아니라 딸기 주스를 마시는 ‘까페 인테리어’에 대한 대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앉는 자리가 없이 그냥 주스만 사갈 수 있도록 한 점포에서는 딸기 주스 한잔에 4천원 이상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정말 7천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고는 합니다.

 

“(대학생) G사에서 딸기 1개에 초컬릿을 조금 묻혀서 7천원에 팔아요!”

 

외국 국적의 초컬릿 회사인 G사에서는 발렌타인데이(2월 14일)나 화이트데이(3월 14일)때 녹인 초컬릿에 딸기 끝부분만 조금 담갔다가 꺼내서 금가루를 뿌린 후 1개에 7천원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초컬릿과 금가루의 총원가는 100원이 넘지 않을 텐데도 무척이나 비싸게 팝니다. 아마 짐작하셨겠지만 그 딸기는 발렌타인데이 선물용으로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여학생들이 딸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선호해서 꽤나 판매가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7천원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입니다.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7천원은 좀 싸다는 것입니다. 사실 발렌타인데이의 의미인 사랑을 전하는 도구임을 생각해보면 7천원이 싸다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기존에 농산물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보면 딸기 한 개에 7천원을 싸다고 인식하는 대학생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가 농대를 졸업하고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약 8년간 공부하고 나서 농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많은 분들이 가격은 품질의 함수라고 생각하시는 것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도 농과대학을 다닐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반경영학과 많은 농업 분야 이외의 선진 마케팅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가격이 품질의 함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품질이 높으면 가격은 높아지겠지만 그래봐야 기존보다 두 배 받으면 잘 받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용도를 바꾸면 가격이 세배, 네배 상승합니다. 딸기를 아무리 품질 좋게 맛있게 만든다고 해도 1개에 7천원 받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먹는 용도에서 선물용으로 용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7천원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식품과 관련되는 6차 산업 상품은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서 품질의 향상도 중요하겠지만 품질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상품의 사용 용도가 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른 사례로 자연산 송이버섯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연산 송이는 한가위 근처에 많이 생산이 되어서 한가위 선물로 많이 구매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가위 당일 전날까지는 1kg에 10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면, 한가위 다음날부터 1kg 당 가격이 25만원까지도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한가위가 지나면 자연산 송이버섯의 품질이 확 떨어져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용도가 바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선물용”은 100만원이지만, “자가소비용”은 25만원 정도만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관련되어 제주 흑돼지 선물세트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냥 흑돼지 삼겹살은 100g에 3000원 이상을 받기 어렵지만, 선물용 세트는 쉽게 100g당 5000원 이상을 받습니다. 소비자가 선물용에는 더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이지요.

꼭 선물용도만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을 자랑할 수 있는 용도, 혹은 자녀와 관련된 용도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합니다.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려는 순서는 “자기 소비용 → 건강에 도움 → 가족/친구와의 관계 향상(선물용) → 자존욕구충족(자신을 자랑할 수 있는 용도) → 자아실현(한국은 자녀에 도움)”의 순으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충북 X군에서는 아이와 함께 크는 사과나무 사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3살된 사과나무를 3살된 아이와 연결시키는 사업이었습니다. 해당 가족에게 연간 회비로 일정금액을 받고 농가에 있는 사과나무를 분양한 후 해당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면 그 가족에게 모두 전해주는 사업이었습니다. 해당 사업에서 제가 재미있게 본 것은 사과 1개만 들어가는 사과박스였습니다. 농가에서 사과를 재배할 때 사과에 아이의 이름을 까만 색지로 붙여놓아 나중에 하얗게 이름을 새겨지게 합니다. 이후 아이의 이름이 하얗게 새겨진 사과와 함께 사과가 1개만 들어가는 예쁜 포장박스를 같이 전해줍니다. 1개들이 포장 박스에는 한쪽을 투명한 셀로판지로 처리해, 해당 박스에 사과를 넣으면 아이의 이름을 외부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사과를 받으면 이 박스에 사과를 넣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선물합니다. “이거 내 사과나무에서 나온 사과다. 봐봐 내 이름도 있지?” 과연 그 아이에게 사과는 어떤의미가 되었을까요?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그런 사과를 열심히 먹기도 하겠지만, 아마 단순히 먹는 용도보다 훨씬 비싸도 부모님들이 구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6차 산업 상품 개발시 가장 많이 실패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제값을 못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등을 하지만 그것도 잘 안됩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먹거리는 저렴한 먹거리들이 수 없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고, 스토리텔링도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용도” 보다는 “상품의 기존 용도”에 더 초점을 맞추니 가격을 비싸게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6차 산업 상품을 개발하신다면 우선 용도를 먼저 고려했으면 합니다. 또한 그 용도가 가족/친구와의 관계 향상(선물), 자존욕구충족, 자아실현에 맞추어 개발을 하고 그 용도에 맞춘 품질을 강화했으면 합니다. 소비자들이 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용도를 찾아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해당 용도로 제안만 하신다면, 제값을 넘어서 충분한 이익을 내실 수 있는 가격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